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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너 자매 (커버이미지)
버너 자매
  • 평점평점점평가없음
  • 저자이디스 워튼 지음, 홍정아 외 옮김 
  • 출판사을유문화사 
  • 출판일202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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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근현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이디스 워튼의 중단편 명작


이 책은 이디스 워튼의 중단편 선집으로 「버너 자매」, 「징구」, 「로마열(熱)」이 수록되어 있다. 본 도서의 표제작인 「버너 자매」는 작가의 초기 작품이지만 뒤늦게 세상에 나온 보석 같은 중편 소설이다. 1892년에 「버너 자매」를 완성한 이디스 워튼은 몇몇 잡지사에 작품을 보냈지만 길이가 짧은 데다 연재하기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 작품이 쓰이던 당시 미국 사회는 남북 전쟁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산업화를 진행하던 무렵으로, 역사의 발전을 믿는 진보주의적이고 낙관주의적인 세계관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버너 자매」의 등장인물들은 화려한 도시 뉴욕의 뒷골목에서 가난에 시달리며, 타락과 마약, 불륜 등 도시의 어두운 그림자에 휘말리고 만다. 더욱이 워튼은 끝내 한 줄기 희망의 빛도 남기지 않은 채 소설을 마친다. 이처럼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염세주의적이기까지 한 이 작품은 결국 24년이 지난 1916년에야 비로소 『징구와 다른 이야기들』에 수록되어 빛을 볼 수 있었다.
이디스 워튼 역시 「버너 자매」처럼 재평가를 받은 작가다.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의 거센 파도를 타고 그녀의 작품들이 재발견되면서 저자의 명성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 그동안 남성 작가들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던 작품들도 속속 재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금은 당당히 미국 문학사를 대표하는 주요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뉴욕의 명문가에서 자란 워튼은 자신이 성장한 도시를 배경으로 소설을 썼고, 상류 사회의 도덕적 타락 같은 부정적 측면을 풍자하는 내용을 많이 발표했다. 그러나 그녀가 소설가로서 높이 평가받는 작품들은 「버너 자매」처럼 사회적 약자를 다룬 것들이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인물들의 복잡한 내면세계와 미묘한 심리 변화를 현실적으로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다.
함께 수록된 「징구」와 「로마열(熱)」 또한 걸작 단편들이다. 「징구」에서는 20세기 초 지식인들의 현학적 태도를 꼬집고, 더 나아가 인간의 허식과 위선을 풍자한다. 「로마열(熱)」에서는 사랑과 질투 같은 미묘한 감정의 실타래를 감각적으로 끄집어낸다. 『버너 자매』에 실린 세 편의 이야기는 모두 인생의 아이러니와 불완전한 인간 본성, 도덕과 윤리의 문제를 그리는 이디스 워튼의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명작들이다.

여성의 내면세계에 비친
냉혹하고 모순된 삶의 단면


「버너 자매」는 19세기의 시대상과 사회 변화를 담은 작품이기도 하다. 19세기 말엽 다윈이 문학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인간이 유전이나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자연주의가 퍼졌고, 당시 유럽에 살던 워튼은 이러한 사상을 누구보다 먼저 흡수했다. 이후 그녀의 소설에는 자유 의지보다 결정론을 설득력 있는 세계관으로 받아들이는 자연주의 문학의 전통이 스며들었으며, 삶을 낭만적으로 묘사하던 기존 소설과 달리 지극히 평범하고 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렸다.
워튼의 작품에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끝내 사회·경제적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버너 자매가 대표적이다. 산업화와 함께 물질주의적 가치관이 널리 퍼진 가운데 자매는 궁핍하고 무료한 일상을 이어 가며, 그 이면의 욕망과 모순이 자신들을 휘감아 흔들어도 무기력하기만 하다. 자매는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들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으며 매일같이 열심히 일하고 아끼는데도 가난에서 궁핍으로, 궁핍에서 결핍으로 점점 하락한다. 게다가 잘못된 결혼은 이들을 더욱 나락으로 몰고 간다. 스스로 선택한 결혼조차 외견과 실재, 겉모습과 참모습 사이의 괴리를 증명하며 혼란에 빠지고 만다.
“삶이란 죽음 다음으로 가장 슬픈 것”이라고 했던 워튼의 존재론적 실망과 좌절감이 바로 이 자매의 일상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아울러 그녀들의 생은 자신의 의지로 어찌하지 못하는 일에 자주 맞닥뜨리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버너 자매」가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면 「징구」는 인간의 허위를 풍자하는 소설로 「버너 자매」에 비해 밝고 유쾌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이디스 워튼이 심리 묘사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판에도 능한 작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짤막한 이야기 속에 다채롭게 등장하는 젠체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일견 우리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만든다. 두 작품에 비해 「로마열(熱)」은 연애 감정을 다루는 좀 더 감성적인 소설로, 워튼의 섬세한 묘사와 필치가 돋보인다.

저자소개

1862년 1월 24일, 유서 깊은 전통을 지닌 뉴욕의 한 가정에서 셋째 딸로 태어났다. 1866년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이주해서 1872년까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1872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정식으로 학교에 다니는 대신 가정교사로부터 교육을 받았고 아버지의 서재에서 문학, 철학, 종교 서적을 탐독했다. 그리고 16세가 되던 1878년 처음으로 시집을 출간했다. 1880년 아버지의 건강 문제로 가족이 다시 유럽으로 떠났으며 1882년 아버지가 프랑스 칸에서 사망하자 어머니와 함께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
1885년 23세의 나이에 열세 살 연상의 에드워드 로빈스 워튼과 결혼한 후, 그녀는 심각한 신경쇠약을 앓았다. 불행한 결혼생활, 사회적 지위와 작가적 야심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서였다. 신경쇠약을 치료할 겸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생활했으며, 소설과 유럽 여러 지역의 역사, 건축, 미술에 대한 글을 썼다. 그녀는 1913년 남편과 이혼하고 1937년 파리에서 사망할 때까지 20여 년을 프랑스에서 살았다. 그사이 몇 편의 단편과 몇 권의 단편집을 출간한 이디스 워튼은 1905년 『환락의 집』을 발표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그녀는 그 소설에서 뉴욕의 본질에 대한 연대기를 쓰려 했다. 『환락의 집』이 친구로 지내던 소설가 헨리 제임스를 포함한 당대 미국 문단에서 큰 환영을 받음으로써, 평단의 명성과 대중적 인기를 모두 누리는 작가로 확고한 위치에 오른 것이다.
그녀는 헨리 제임스, 싱클레어 루이스 등과 친하게 지냈으며 1914년 프랑스에 정착한 이후로는 장 콕토, 앙드레 지드 등 유명한 문인들과 교류했다. 또한 시어도어 루스벨트와도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자 그녀는 프랑스 전선을 여덟 차례 방문하면서 전쟁의 참화를 묘사한 『싸우는 프랑스』를 출간했고 전쟁 구호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이 공로로 그녀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이후에도 몇 권의 소설책을 출간했으며 전쟁 후 1920년에 발표한 『순수의 시대』로 192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1923년 마지막으로 미국을 방문한 그녀는 전쟁소설 『전선의 아들들』을 발표했으며 1926년에는 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평생 동안 소설, 단편소설, 시, 에세이, 여행기, 회고록 등 40여 권이 넘는 책을 출간한 그녀는 병상에서까지 글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1937년 75세로 프랑스 파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순수의 시대』 외에도 『환락의 집』(1905), 『이선 프롬』(1911), 『암초』(1912), 『여름』(1917) 등이 꼽힌다.

목차

버너 자매

제1부

제2부

징구

로마열(熱)





해설―뒤틀린 삶의 틈새에 낀 불완전한 인간들

판본 소개

이디스 워튼 연보

한줄 서평